네덜란드 치유농업이 궁금하다!



세계 농업강국 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 나라, 바로 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지요. 


대한민국의 절반도 안되는 면적의 작은 나라가 전세계 2위의 농업수출량을 자랑하는 농업대국이 된 그 성공비결이 무엇인지, 우리 한국의 농업인들에게는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Marken 섬의 양목장

하지만 네덜란드의 농업인들이라고 해서 쉽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네덜란드의 땅은 바다보다 낮고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토양이 대부분이지만, 끊임없는 혁신창의적 사고, 기술개발로 오늘날과 같은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죠. 


오늘날 네덜란드 농업을 대표하는 두 가지 키워드를 꼽는다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그리고 한국에 치유농업으로 소개되고 있는 케어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덜란드 스마트팜 : 토마토월드


스마트팜 기술은 농업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 고효율화 기술이지만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비교적 큰 자본과 규모의 농업이 필요한 편입니다. 하지만 소농에게 좀 더 진입이 쉽고, 또한 소농이기에 더 적합한 농업이 바로 치유농업입니다. 


유럽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치유농업이 급속히 발달하기 시작했고 그 선봉에 있는 나라 또한 농업 강국 네덜란드 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농업의 새로운 방향 모색의 일환으로 치유농업 혹은 사회적농업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에 농업인들이 케어팜 견학을 위해 네덜란드를 찾기도 합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사회적 경제, 그리고 거기서 파생한 사회적 농업이 이름을 올린 뒤로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더해졌죠.



하지만 길어야 일주일 정도의 짧은 네덜란드 견학 일정 속에 두 세개 케어팜을 방문한다고 해서 네덜란드의 케어팜에 대해 전부 알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네덜란드에는 전국적으로 1,200여개 이상의 치유농장들이 각각 고유의 특성을 가진 채 운영되고 있고,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노하우도 20년 이상 쌓여 있기 때문에, 몇 개 농장을 가본다고 해서 케어팜은 이런것이다 라고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따라서 저는 “네덜란드 치유농업이 궁금하다” 시리즈를 통해 실제 네덜란드의 수많은 치유농장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각 사례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케어팜 Eekhoeve:  데이케어를 위해 케어팜을 찾은 치매 노인들


굳이 큰 돈 들여 네덜란드까지 방문하지 않아도 치유농업에 관심있는 국내 농업인들이 성공한 치유농장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데 기여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많은 농업인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치유농장의 사례 소개에 앞서 네덜란드 치유농업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간단히 설명드리고자 하는데요, 그 전에 한국에도 이미 치유농장들이 있지 않은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치유농업을 시도하시는 분들은 이미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인들마다 치유농업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보니 한국의 치유농업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원예치료를 하는 농업도 있고, 힐링을 원하는 일반인들에게 자연환경에서의 휴식을 제공하는 농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치유농업은 비록 각각의 농장의 운영은 다 달라도 크게는 농업과 복지(헬스케어)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그 성격이 일관적입니다. 


네덜란드 치유농업의 성장은 농업계의 관심뿐만 아니라 복지정책에 따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치유농업의 대상, 즉 치유를 받게 되는 대상의 폭이 매우 넓은데요, 신체 및 장신장애가 있는 아동 및 성인들, 치매 등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 그리고 약물중독 등에서 재활하고자 하는 사람들 등 한 마디로 복지 혜택이 필요한 모든 사회적 약자들은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케어팜 Erve Knippert : 토끼에게 먹이를 주는 노인

이들은 농장을 방문하여 농장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 예를 들면 동물돌보기, 텃밭가꾸기, 청소하기 등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농작업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나 원하는 바에 따라 운동, 휴식 등 다양한 일에 참여할 수 있지요.  이들이 농장에 와서 머무르게 되면서 발생하는 효과는 다양합니다. 


농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의료기관에서 ‘환자’로서 의학적 처치를 받는 대신 탁 트인 자연환경에서 동물과 교감을 하거나 자율적으로 원하는 일을 하게 되고 이러한 방식이 특히 치매, 정신질환 등 장기(평생)요양이 필요한 질환에 있어서 기존의 병원 치료보다 오히려 증상의 악화를 늦추는데 도움이 되고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치매 환자나 자폐증상의 아동이 농장에 와서 케어 전문가의 돌봄을 받는 동안 집에서 그들을 돌보던 가족들은 그 시간만큼은 돌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것은 가족들 (informal carer)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농업인들에게는 농장의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인력이 보강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 물론 신체적인 노동에 부담이 없는 이용객의 경우에 기대할 수 있겠지요. 

케어팜은 이용자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가족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러면 이러한 방식으로 농업인이 어떻게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가가 궁금해지는데요. 네덜란드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정부지원제도를 통해 실제 복지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이 농장을 이용할 경우 농장주에게 해당하는 돌봄금액이 지급됩니다. 지불되는 금액은 이용객의 증상의 종류 및 정도에 따라, 또 농장 이용 빈도에 따라 차등지급되기 때문에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반나절 돌봄에 1인당 35유로, 즉 한화로 약 45,000원 정도가 지급된다고 합니다. 


농가 당 평균 소득 또한 연간 90,000유로, 즉 한화로 1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라고 하니 농업생산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득이 적을거라는 편견은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도시케어팜 Food for good : 고객들이 가꾸는 채소밭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농업생산활동만을 하던 농장들이 케어를 병행하는 구조로 케어팜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농업활동 없이 농장이라는 환경 안에서 케어만을 제공하는 농장들도 생겨났습니다. 


예를 들면, 부모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았지만 실제 농업을 할 생각이 없어서 헬스케어관련 교육을 받은 후 100% 케어만 제공하는 케어팜으로 운영을 한다던가, 아니면 헬스케어 혹은 특수교육 전문가가 병원이나 특수학교에서의 치료방식과 효과에 한계를 느끼고 농장을 구입하여 케어팜을 운영하는 식입니다.


농업생산활동을 병행하는 케어팜의 경우에도 농업만을 하는 일반 농장에 비하면 그 농업의 규모는 대부분 매우 작은 편이고 농장의 총 수입에 있어서도 돌봄서비스로 정부에서 받는 소득이 전체 농가 소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실상 네덜란드 케어팜들은 재정적인 면에 있어서 상당부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의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케어팜은 해야할 것들이 많다.


그렇다고 케어팜들이 쉽게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지원을 받고 케어팜으로서의 농장 유지를 위해서는 까다로운 규정들을 지켜야 하고 정기적인 감사를 받으며 케어의 품질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최근에는 반드시 일정 수준의 헬스케어 관련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 농장 직원으로 고용되어 있어야 하는 규정이 추가되는 등, 관련 규정은 해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고 반면 정부에서 지급되는 금액은 점점 줄어든다는 푸념이 네덜란드 치유농부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용객들, 즉 복지 대상자들의 만족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도 물론이고요. 이용객들에게는 농장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해 떠나는 이용객이 많아지면 케어팜으로서의 유지가 어려워지겠죠.


이상 네덜란드 치유농업의 운영 제도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소개해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개별 농장들을 소개해 드릴 텐데요, 그러면서 관련된 제도 등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상 농수축산신문 2019년 2월 19일자에 실린 기획기사의 확장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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